노래방 문화가 급속도로 번진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내 기억력이 저질이어서 그렇지만 여러분은 그것이 언제쯤이었는지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일본 가라오케에서 유래된것으로 생각되어지는 노래방은 우리나라에 들어오자 마자 불같이 번져갔다. 회식을 할라치면 2차는 무조건 노래방이었고, 가족들이 모여서 노래방에 가는 것도 어느샌가 무척 익숙해져 버렸다.
우리네 민족이 노래하기를 무척 즐긴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오른다. 노래방에 가면 너나 할것 없이 마이크를 잡고 솜씨를 뽐낸다. 간혹 음치라고 빼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술 한잔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듯 음정, 박자 무시한 노래를 우렁차게 불러내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수 있다. 또 평소에는 눈에 띠지 않던 사람이 마이크를 잡는 순간 훌륭한 노래 솜씨로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 가는 일도 있다. 아버지가 현철씨의 봉선화 연정을 멋드러진 가락으로 뽐내시고 나면 함께 간 딸은 소녀시대의 Gee를 율동과 함께 부르며 가족들의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그것이 우리네 노래방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노래방은 변질되어 버렸다. 회식후 2차로 노래방에 가는 것도 여전하고 가족단위로 노래방을 찾는 것도 여전하지만 많은 노래방들은 [음란]해져 버렸다. 술한잔 하고 노래방에 가면서 몰래 맥주 몇캔을 사들고 들어가던 일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었고, 술을 팔수 없는 업종이기에 맥주맛이 나지만 술은 아닌 알콜 1%미만의 음료를 노래방에서 팔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많은 노래방에서 술을 파는 것이 너무도 당연시 되어 버렸다.
[노래방 도우미] 라는 기상천외한 직업(?)여성이 등장하면서 노래방은 결국 룸싸롱과 다름이 없어졌다. 다르다면 간판에 "노래방" 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과 비용의 차이 정도일 뿐이다. 사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용의 차이란 것도 노래방 나름이고 어떻게 노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결국 룸싸롱에서 단란주점이 튀어 나왔듯 노래방은 룸싸롱의 또 다른 줄기가 되어 버렸다. 물론 학교근처나 주택가의 노래방은 여전히 건전한 [노래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겠지만...
노래방을 [단란주점에 가서 즐기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아저씨들이 조금 부담을 덜 가지고 찾아가서 아가씨 끼고 술마시는 장소] 라고 정의함에 있어 거부감이 없는 직장인들이 많을 것이다. 노래방에 가면 당연히 도우미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노래는 관심없고 도우미를 목적!!으로 노래방을 찾는 사람도 부지기수이다. 이 음란한 노래방들은 결국 단순한 도우미의 동원에 그치지 않고 단란주점 아가씨들을 끌어내고 심지어는 노래방에서 소위 말하는 북창동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마저 나와 버렸다니 이야기만 전해듣고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노래방이 이렇게 변질되어 가는 동안 이렇다할 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술 파는 노래방이나 도우미를 하는 노래방을 단속하기는 하지만 그 효과는 그다지 미덥지 않은게 현실이지 않는가.
이 문화는 한동안 남자들만의 비밀로 유지되기도 했지만 그 비밀은 오래 가지 못했고, 이제는 회식때 노래방에 갔었다는 말을 집에 할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버린 것은 참으로 한심한 지경이다.
노래방 도우미는 보통 시간당 2~3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들은 이야기로는 단란주점 아가씨를 호출하면 시간당 8만원을 내야 한단다. 물론 더 비싼곳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3~4명이 2시간을 노래방에서 놀면 50만원에서 1백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단다. 평범한 회사원이 그런 노래방에서 하루를 거하게 놀아대면 그 지출의 후유증은 한달, 혹은 몇달을 갈지도 모른다.
내게는 일곱살 세살의 두 아이가 있다. 세살짜리 둘째아이도 어설프게 쏘리쏘리를 흥얼거리는걸 보면 한두해가 더 지나고 나면 아이들 손을 잡고 함께 노래방에 갈수 있을것도 같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들에게 함께 노래방에 가자고 말하기가 두렵다. 저녁식사 후에 어린아이들 손을 잡고 갔다가 행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장면들을 보여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노래방 나들이는 낮에만 해야 하는 걸까?
누군가 나서서 예전의 노래방을 돌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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